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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대] 최고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촉구한다!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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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과 책임을 지닌 최고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반복되는 참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출발이다.

대한민국은 재해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는 재해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과 효율이 우선하는 사회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재해는 노동현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1995년 상품백화점 붕괴로 인한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1994년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시민재해도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그때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절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가는 유가족과 피해자의 절규에 단 한 번도 제대로 응답한 적이 없다.

반복되는 재해재난에 대응하는 국가의 태도는 안일하고 무책임했다. 위험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모두 놓치고 참사로 이어지게 했던 배경에는 국가의 직무유기가 있었다. 대부분에 재해재난이 인재로 기록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의 무책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매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책임규명 역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업무를 지시받고 일하는 사람만 처벌받는 꼬리자르기식의 책임 전가로 부정의가 횡행했다. 국가가 이런 태도인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재해재난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시민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을 통해 총체적 예방 체계 부실, 안전관리 소홀, 대피와 구조의 미이행 등으로 점철된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예방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정부는 안전보건 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 재해 예방 시스템 마련, 위험 상황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생명을 우선에 두는 안전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가 오송참사다.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송참사는 홍수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였다. 과거 참사의 배경이 됐던 재난을 대처하기 위한 자원과 인력의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 대응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역시 똑같이 드러났다. 검찰 조사 역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최고책임자까지 닿지 않았다. 너무나 참혹한 상황이다.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도, 재해재난을 막기 위한 법 제정에도 바뀌는 게 없는 사회라면 이제 시민 그 누구도 안전하게 살 수 없다.

따라서 오송참사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것은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따라 재해재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출발이다.
홍수로 인한 재해 방지를 위한 미호강 제방의 유지보수, 도로기능의 유지관리, 재해 발생 및 우려 시 통행을 금지할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관리할 주체는 충북도지사다. 충북도지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상 공공시설에 해당하는 미호강 제방과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책임에 실패했다.
미호천교 증설공사 사업시행자인 행복청장은 제방 점용 허가를 받았으나 안전보건관리 구축에 실패했다.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은 청주시이고 재난안전본부의 최고책임자는 청주시장이다. 홍수로 인한 재난 위험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응급조치를 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청주시장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 모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최고책임자에 대한 기소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은 참사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에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겪어왔던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늦은 조치다. 그럼에도 검찰 조사가 시작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검찰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중대재해처벌법 기소를 통해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최고책임자 기소와 처벌이 참사 이전으로 시계를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참사를 반복하지 않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만들 수는 있다. 이것이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고통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국가가 표할 수 있는 예의이자 부정의를 바로잡는 일이다. 또한 오랫동안 안전사회를 외쳐왔던 시민들의 바람에 검찰이 응답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왔던 우리는 중대시민재해인 오송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활동에 연대하며 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약속과 다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2457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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