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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4(목멱산)구간 & 고려대박물관 미술 특별전 관람 답사를 마치며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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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충북참여연대 문화위원회 역사기행
한양도성 4(목멱산)구간 & 고려대박물관 미술 특별전 관람 답사를 마치며
 
-충북참여연대 문화위원위원장 전금희-
 
*충북참여연대 문화위원회는 올해 한양도성을 총 6차례와 심산유곡 암자 기행을 2차례 진행합니다.
매달 진행되는 한양도성 기행과 암자순례 후기를 연재합니다.
매달 셋째주 토요일 진행되니 관심있으신 회원님들의 참여 부탁 드립니다.
 
목멱산(해발 270m) 구간은 장충체육관에서 백범광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1구간(백악구간) 다음으로 힘든 코스라니 날도 뜨거운데 회원들이 너무 힘들어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멀리 충주에서 오신 김종애 선생님과 차를 놓쳐 내수에서 개인적으로 오신 하정애 선생님의 피로가 누적되지 않기를 바랐다. 기도가 통했는지 두 선생님은 시작점부터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답사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구나. 회원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가파른 나무계단의 숫자만큼 송골송골 맺혀올 때쯤 우린 성곽마루에 올랐다. 도심 속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집 근처에 이 정도의 자연과 산책길만 있어도 서울에 사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린 그동안 오고 싶어도 투병 상 참석하지 못하시는 장성림 선생님의 쾌유를 빌었다. 한양도성 답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꼭 함께하셨으면 좋겠다.
 
조금 더 오르니 국립중앙극장이다.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곳인데 이호복 선생님은 “19748151010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중이라고 하시며 저격당한 시간까지 정확히 말씀하신다. 나도 언제나 준비된 지식을 갖춘 자였으면 싶었다. 남산의 동쪽 능선을 따라 조성된 나무계단 길옆으로는 아직도 태조 때 축성된 성벽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이미 600여 년도 더 된 세월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저 멀리 시 중심가에 신라호텔이 보인다. 저 자리는 일제강점기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라는 절이 있었다는데 후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영빈관이 들어섰다가 다시 삼성이 인수한 것이라고 한다.
 
남산타워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 시 제1코스로 방문하는 곳이라 그런지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애들 어릴 때 와보고 오랜만에 온 곳이라 같이 온 아들과 함께 추억을 되살리며 타워를 배경으로, 사랑의 열쇠고리 담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남산 팔각정의 자리는 조선시대 국사당이 있던 자리란다. 조선 태조는 남산을 목멱대왕으로 삼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국가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하였는데, 후에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인왕산 기슭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팔각정의 원래 이름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호를 따서 우남정이라고 지어졌던 것이 4·19 혁명 이후에 팔각정으로 바뀌었다. 부정한 짓으로 민중들의 분노를 일으키면 혁명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 옆엔 봉수대도 있다. 봉수의 종착점인데, 평시엔 1, 변란이 생기면 위급한 정도에 따라 개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 전시에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취지는 좋으나 쓰임새가 없다니...
 
서울의 한가운데는 어디쯤일까? 위성항법장치(GPS)로 측량한 결과 서울의 중심점은 남산 정상임이 확인되어 이 봉수대 옆으론 서울의 중심점임을 표시하는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다. 남산 케이블카를 지나 한양도성 유적전시관(건립중)과 안중근 의사 동상 쪽으로 내려왔다. 이 주변은 일제가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성곽을 훼손하여 서울시는 2013년에 이 일대를 발굴했더니 의외로 땅속에 묻혀 있던 성곽의 기저부가 매우 양호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선시대 축성 기법과 석재의 변천 과정을 잘 알려주고 있다. 이시영 동상을 지나 백범광장에 다다르니 김구 선생님의 동상이 아주 우람하고 기개가 넘치는 자세로 서 있었다. 우린 그 기개를 본받고자 동상 앞에서 단체 사진을 담았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이 되기까지, 근 현대사의 시대적 변천사를 읽는 느낌이다.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이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조형물로 대체되어 좋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다시 이분들이 보신다면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다시는 일제강점기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데 갈수록 젊은이들이 보수화되어 가니 걱정이다.
 
주변에 맛집이 없어 간신히 점심을 하고 고려대박물관으로 향했다. 현대미술전시실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지천명知天命에 화답畵答하다- 하늘의 뜻에 우리가 소장하고 함께 감동할 미술작품으로 답한다)이 오늘로 마지막이라 꼭 보아야 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구본웅 작 청년의 초상을 비롯해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등의 많은 회화와 조각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장식 작가의 금강산과 황재형 작가의 겨울빨래의 작품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순종의 어진 초상화도 처음 보았다. 한양도성 답사와 더불어 민족의 지성을 키우고자 했던 고려대인들의 덕분에 예술적인 안목도 미세하나마 넓힌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을 안고 돌아온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개인적으로 따로 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위원회의 답사를 통해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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